영원한 동맹이라는 역설

주한미군의 사드 배치

사드 배치의 전말

  한반도의 주한미군에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를 배치하는 이슈는 박근혜 정부 말과 문재인 정부 임시 초기에 한국사회를 뒤흔든 큰 사건이었다. 한・미관계는 물론이고 한・중관계에도 엄청난 영향을 끼쳤다. 심지어 2021년 현재도 풀리지 않는 의문과 해소되지 않은 쟁점들이 남아있으며, 사드가 배치된 지역사회의 반대가 계속되고 있어 사드 배치기지 자체가 비정상적으로 운용되고 있다. 사드는 군사적 효용성이나 위험성, 그리고 성능에 대한 의혹을 갖고 있는 것 외에도, 정부가 국민을 제대로 이해시키지 못하고 그럼으로써 충분한 논의를 통한 국민적 동의가 형성되지 못한 상태에서 조급하게 배치를 결정하고 또 진행했다는 절차적 문제를 가지고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사드를 둘러싼 논란은 기형적 한・미관계의 본질이 투영된 또 하나의 사례라는 점이다.

  2016년 7월 8일, 한・미 양국은 사드를 배치하기로 공식화하였다. 민감한 이슈로서 오랫동안 논란이 되었는데, 박근혜 정부가 배치 가능성을 반복적으로 부인하던 자세에서 변화를 보이고 그 래 2월부터 공식협의를 시작한 지 단 5개월 만에 결정・공표해버린 것이다. 이런 전격성은 박근혜 정부가 사드의 한반도 배치는 처음부터 기정사실화해놓고, 형식적인 논의만 진행했다는 의심을 충분히 받게 할 만한 것이었다. 박근혜 정부는 전격적인 배치를 결정하기 전까지는, 한・미 양국이 사드 배치에 대해 비밀리에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는 의혹이 불거질 때마다 일관되게 ‘3 NO’, 즉 미국의 요청도, 협의도, 결정도 없다는 대답을 되풀이하였다.

  사드는 미국의 미사일방어체제MD와 관련이 깊은 무기체계다. 2021년 미국은 아시아・태평양 지역에 미사일방어체제를 구축하겠다고 공표하였다. 그리고 2013년 6월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이 골드만삭스에서 있었던 임직원 대상의 한 강연에서 중국이 끝끝내 북핵을 막지 않는다면 미사일방어방으로 포위할 것이라고까지 언급했다. 국내에서는 2013년 10월 14일 국방부가 유승민 당시 국회 국방위원장에게 제출한 보고서에서 사드의 한반도 배치를 고려하는 중이라고 밝혔다. 또한 2021년 9월 로버트 워크 미 국방부 부장관은 미국외교협회 주최 간담회에서 “사드 포대를 한국에 배치하는 것을 조심스럽게 고려하고 있고, 한국정부와 협의 중이다”라고 언급했다.

  이렇게 아시아에서의 사드 배치 움직임은 미국의 아시아에 대한 미사일방어체제의 구축이 본격화되었다는 것을 의미했다. 미사일방어체제의 눈이라고 할 수 있는 사드 레이더를 중국을 겨냥해 전진배치하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당시 미국은 일본에 두번째 사드 레이더 배치를 요구했고, 이어 한국에 배치를 요구하였다. 일본은 이를 수용했지만, 한국은 중국을 의식해서 일단 거절하였다. 그러나 시간이 흐른 후에 한국은 사드를 배치하기로, 그것도 전격적으로 결정했다. 한국의 사드 배치와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의 체결은 미국이 아시아지역 미사일방어체제와 한・미・일 군사동맹 네트워크를 구축하기 위한 매우 핵심적인 단계들이라고 할 수 있다. 사드는 단순히 미국산 첨단무기를 하나 도입하는 것과는 전혀 차원이 다른 얘기다.

  한국정부는 사드 배치 논의에 대해 부인하거나 애매한 자세를 유지했다. 2014년 11월 3월 국회 대정부 질문에서 유승민 의원이 사드의 조기 도입을 주장하자, 답변에 나선 한민구 당시 국방부 장관은 계획에 없다고 답변했다. 정부의 부인에도 불구하고 이후 사드 도입 및 배치에 관한 논쟁이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2015년 3월 5일에는 마크 리퍼트 주한 미국대사가 괴한의 공격을 당하자, 박근혜 대통령은 한미동맹에 대한 중대한 도전이라고 언급했고, 이를 계기로 여당은 사드 도입을 한미 동맹 강화의 한 방편으로 간주하고 공론화에 적극적으로 나섰다. 이를 주도한 사람은 역시 유승민 의원이었다. 이런 와중에 2016년 벽두인 1월 6일 북한은 4차 핵실험을 강행했고, 수소폭탄 실험에 성공했다고 선언했다. 이 때문에 사드 도입을 반대하고 북한과의 관계 개선을 촉구하던 사람들의 목소리가 작아지고, 사드 도입을 찬성하는 사람들의 입지가 점점 커졌다.

  시진핑 주석은 2월 5일 박대통령에게 전화를 걸어 한반도에 사드를 배치할 경우의 위험성을 배치 반대를 분명히 했다. 박대통령은 사드는 북한을 겨냥한 것이지, 중국을 겨냥한 것이 아니라는 말로 응대했다. 이후 왕이 외교부장을 위시한 중국의 고위 관리들도 사드 배치에 대한 반대 의사를 적극적으로 개진했으며, 중국 언론들도 가세했다. 6월 29일 황교안 국무총리가 베이징을 방문한 자리에서 시진핑 주석은 한국이 중국의 안보 우려를 중시해, 사드를 한국에 배치하려는 미국의 시도에 대해서 신중하게 대응해야 한다고 직접 요청했다. 중국은 사드를 이미 외교・안보의 핵심 이익 사안으로 다루고 있었다. 하지만 불과 9일 후인 7월 8일 류제승 국방부 국방정책실장과 토머스 밴달 주한미군 사령부 참모장이 사드 1개 포대의 배치안을 공식 발표하기에 이른다. 총리의 방중 이후 불과 열흘이 되지 않은 시점인데다 사드를 곧 배치할 것이라는 언질조차 주지 않은 것에 대해 중국의 한국에 대한 배신감은 매우 컸다. 이어 7월 13일 류제승 정책실장은 기자회견을 열고 사드의 성주지역 배치를 건의했고, 한・미 양국의 국방장관이 승인했다고 발표했다.

  앞에서도 언급했듯이 박근혜 정부는 북한이 2016년에 들어와 중거리 미사일 발사에 성공하고 핵무기의 다양한 무기체계를 갖춤에 따라 이를 방어할 무기가 필요하다는 명분을 내세워 사드 배치를 강행하였다. 중국과 러시아는 사드 배치가 동아시아지역의 전략균형을 위협하는 행동이라고 강력하게 반발했다. 특히 중국은 한국이 공표 직전까지 사드 배치는 없을 것이라고 했다가 전격적으로 배치 결정을 공표함에 따라 뒤통수를 맞은 것으로 받아들였다. 한・미 양국은 사드가 한미동맹의 강력함을 증명하는 긍정적 효과를 주는 것과 동시에 북한의 핵과 미사일 위협이 증가하는 상황에서 한국의 국민에게 안도감을 준다는 식으로 정당화했다. 그러나 이후 북한과의 긴장이 높아졌고, 한・중관계 악화로 인한 중국의 경제보복이 전방위적으로 펼쳐졌다.

  국내 여론 역시 찬반으로 나뉘어 들끓었다. 사드 배치는 남・북한 군비 경쟁을 촉발할 뿐만 아니라, 한반도를 미・중 전략경쟁의 마당으로 몰아넣음으로써 긴장과 갈등에 빠져들게 할 것이라고 야당과 시민사회는 반발했다. 이에 대해 정부와 범보수세력들은 한미동맹과 북한의 위협에 대한 안보 논리로 맞대응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사드 반대를 두고 대안 없이 비판과 갈등으로 국가와 국민을 위기로 내모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어느 쪽이 국민을 분열시키고 국가를 위기로 몰아가는 것인가에 대한 생각이 확연하게 달랐다.

  그러던 중 박근혜 대통령은, 최순실 게이트와 국정농단을 이유로 의회가 탄핵소추를 가결하고, 2017년 3월 10일 헌법재판소가 파면 결정을 내림으로써 취임 4년여 만에 불명예 퇴진하였다. 이에 따라 사드 배치 이슈도 다음 정부가 들어설 때까지 중단될 것으로 보았다. 그러나 예상은 틀렸고, 오히려 배치는 가속화되었다. 황교안 대통령권한대행이 배치에 대한 확고한 의지를 천명하고 실행에 옮겼다. 2017년 4월 26일 주한미군은 전격적으로 하루 만에 사드 장비를 성주에 배치하고 시험가동에 들어갔다. 정부가 연내에 완료하기로 했던 사드 배치 계획을 앞당긴 것은 조기 대선 전망과 야권의 높은 집권 가능성을 염두에 뒀기 때문이란 게 당시의 중론이었다. 사드 배치와 같은 국가적 중대 사안을 과도기적 성격의 정부가, 그것도 수장이 파면됨으로써 정당성을 상실한 정부가 추진하는 것에 대해 야권과 시민사회가 크게 반발했다.

  2017년 5월 10일 새롭게 출범한 문재인 정부는 사드 배치 이슈로 인해 큰 고민에 직면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 전까지만 해도 사드 배치에 대해 반대했는데, 배치가 이미 이뤄진 것을 되돌리는 것은 배치 전에 반대하는 것과는 차원이 다른 문제였기 때문이다. 고심 끝에 문재인 대통령은 성주 사드 기지에 대한 환경영향평가가 끝날 때까지 발사대 4기를 추가로 배치하지 말라고 지시했다. 그러나 이에 대해 미국은 강력히 반발하면서, “사드 배치는 동맹의 결정”이라고 강조하며 한국정부를 압박했다. 결국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이 공개적으로 동맹 차원의 약속을 바꾸지 않겠다고 강조함으로써 수습해야만 했다. 6월 9일 취임 한달 되는 시점에 정실장은 “사드는 북한의 점증하는 위협으로부터 한국과 주한미군을 보호하기 위해 결정한 것"이라고 변화된 입장을 보였다. 문대통령 역시 6월 20일 외신과의 인터뷰에서 한국과 미국이 합의해서 사드 배치를 결정했다고 재확인했다. 한국이 환경영향평가를 실시할 경우 배치를 원점에서 재검토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있었던 중국정부와 언론은 문재인 대통령의 결정에 대해서 “잔꾀 쓰지 말라"는 표현 등으로 거세게 비난했다.

  중국정부는 2016년 말부터 한국에 대한 경제보복을 본격화했다. 성주의 골프장을 사드 배치를 위한 부지로 제공했던 롯데는 보복으로 중국 현지에 진출한 롯데 계열사 전사업장에 대해 세무조사와 소방・안전・위생 검사를 받았다. 또한 중국은 해군 항공모함 랴오님호와 수십척의 함대가 서해에서 최초의 실탄 사격훈련으로 무력시위를 했고, 한국 해군사관학교 졸업반 순항훈련함의 중국 입항을 거부했다. 2017년 초부터 성주에 대한 군사적 공격을 포함한 위협적인 수사를 빈번하게 사용했을 뿐만 아니라, 활발히 벌어지는 불매운동과 별개로 수입 불허 조치 등으로 제재 범위도 더욱 확대했다. 또한 한국을 여행금지국가로 지정했고, 중국인들의 단체관관을 전면 금지했으며, 한류 콘텐츠의 중국 내 방영 등도 금지하는 등 이른바 ‘한한령’을 전방위적으로 실시했다. 수출의존도가 높은데다 특히 중국에 대해 25% 이상의 무역의존도를 가진 한국 경제는 사드로 인한 중국의 경제보복으로 상당한 타격을 피할 수 없었다. 중국에 진출해 있던 기업들의 매출이 반 토막 났으며, 연간 3백만명에까지 이르던 중국 관관객들이 발길을 끊어버림으로써 관광업계는 엄청난 손실을 당했다. 당시 현대경제연구소의 보고서에 따르면 사드로 인해 한국 경제가 입는 피해액이 약 8조원에 이를 것으로 예측되었다.

  중국이 사드 배치에 이렇게 험하게 반발하는 이유는 중국이 유사시 한반도를 향해 사용할 미사일들이 무용지물이 될 것에 대한 반발이라는 지적이 많다. 이에 대해 당시 한국 내 보수 친미세력들은 중국은 6백개가 넘는 미사일을 한반도를 향해 겨누고 있으면서 한국에는 무방비로 아무것도 하지 말라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요구라고 비판했다. 틀린 말은 아니다. 그리고 중국에 대해서 얼마든지 그렇게 비판의 목소리를 높일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조금 더 깊이 관찰하면 얘기는 달라진다. 중국이 초기부터 일관되게 반발했으므로, 우리는 막무가내로 군사주권을 주장하며 북한의 위협에 대한 자위수단을 보유한다는 데 간섭하지 말라고 몰아칠 일은 아니다. 중국은 기능상으로 볼 때 북한의 미사일 공격으로부터 한국을 방어하기 위한 것이라기보다는, 고성능 레이더 시스템을 통해 중국을 탐지하고 견제하기 위한 것이라고 간주하였다. 더 나아가 한・미・일 3국은 공동의 미사일방어시스템을 구축할 것이고, 이렇게 되면 동북아의 3국은 군사적 균형을 심각하게 손상하여 중국의 핵심 이익을 심대하게 침해한다는 생각이었다.

사드 배치에 관한 논란

  사드를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 미국의 미사일방어체계 전체를 이해할 필요가 있다. 사드는 독립된 무기체계가 아니다. 사드는 미국의 미사일방어망의 핵심 구성요소이다. 미국의 미사일방어체계는 적의 미사일을 공중에서 요격하는 복합 네트워크로, 탐지부터 요격, 반격까지 지상과 해상 그리고 해저와 우주에서 입체적으로 구성된다. 간단하게 설명하면, 날아오는 미사일을 막아내기 위해서는 다양한 미사일의 고도와 궤도를 따라 그물망처럼 여러 층을 겹쳐가면서 요격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인공위성과 수많은 레이더로 구성된 탐지체계를 촘촘하게 갖고, 요격용 미사일은 고도별로 3중 망을 구축하는데, 사드가 40~150km의 중간층을 방어하고, 그보다 상층부인 500km까지는 SM-3가, 그리고 그보다 낮은 고도에서는 패트리엇미사일이 막는다. 그야말로 야심만만한 군사전략 비전이지만, 미사일로 미사일을 맞춘다는 것이 과학적으로 불가능하다는 회의론도 만만치 않다. 또한 날아오는 것이 핵미사일일 경우 수십개에 대해 방어에 성공하고 한개만 놓쳐도 치명적이라는 점에서 위험성이 너무 크다는 것이다.

  사드의 요격 원리는 탄도미사일의 탄두를 직접 충돌해 파괴하는 ‘Hit-to-Kill’ 방식으로 쉽게 말하자면 ‘총알로 총알 맞추기’라고 할 수 있다. 이를 위해 사드의 눈에 해당하는 ‘엑스밴드’로 불리는 고성능 AN/TPY-2 레이더를 활용한다. 이 레이더는 전방모드Forward Based Mode, FBM와 종말 모드Terminal Based Mode, TBM로 운용할 수 있는데, 사드의 요격체계와 독립적으로 운용할 수도 있고, 최대 탐지거리가 종말 모드는 600km까지 전방 모드는 2000km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사드의 요격미사일은 해상 기반 엑스밴드 레이더 및 이지스함에 탑재된 SPY 레이더의 정보를 이용하여 발사할 수도 있다. 발사통제장치는 이러한 레이더가 제공한 정보를 판단해 사드나 다른 요격 시스템에 발사 명령을 내리는 역할을 한다.

  사드가 한국에 배치되어 방어용으로 사용된다고 할 때 가장 논란이 되는 것은 요격하는 고도가 40km이상이라는 점이다. 즉 40km 이하에서는 무용지물이다. 일단 북한이 가진 단거리 미사일이나 수도권에 가장 위협적인 장사정포는 모두 40km 이하에서 비행하기 때문에 사드는 이것들에게 쓸모가 없다. 다시 말해 한국의 입장으로는 가장 시급한 위협인 단거리 미사일과 장사정포를 막도록 설계조차 되어 있지 않은 것이 사드이다. 사드는 기술적으로 개발과 시험이 완료되지도 않았고, 한국과 같은 자연환경에서 제대로 작동할 수 있는지도 검증이 되지 않았지만, 정작 더 큰 문제는 아예 무기 개발의 목적과 설계 자체가 한국의 대북 억지에 유용하지 않다는 사실이다.

  미 국방부에서 미사일시스템 자문 역할을 오래 했던 시어도어 포스톨 박사는 사드로 한국을 보호할 수 있다고 하는 것은 환상일 뿐이라고 단언했다. 설령 북이 단거리 미사일을 고고도로 쏴주고, 사드가 제대로 작동을 한다고 가정을 하더라도 한국 국민의 안전을 위해서는 사드 1개 포대 가지고는 어림도 없다는 주장도 있다. 스탠퍼드대학 국제안보협력센터의 딘 윌케닝에 따르면 북의 스커드미사일 100기를 50% 이상 신뢰도로 방어하기 위해서는 한국에 최소한 520기의 사드 요격미사일이 배치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비해 사드 체계는 포대당 최대 72발의 요격미사일을 탑재하는데, 논의되었던 것은 사드 1개 포대였다. 북이 보유하고 있는 스커드미사일 등 단거리 미사일이 1000기가 넘는 것으로 추정된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사드로 이를 요격한다는 것은 매우 비현실적이라는 말이다. 적어도 사드 포대 80개가 배치되어야 북의 단거리 미사일 모두를 요격할 수 있는 확률이 50% 정도 된다는 것이기 때문이다.

  당시 한국의 국방부 대변인은 노동미사일이 고도 160km, 최고 속도 마하 7로 비행했기 때문에 우리가 가진 패트리엇 PAC-3로 요격하기 어렵다고 했다. 따라서 노동미사일을 방어하기 위해 사드를 전력화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북한의 노동미사일을 요격하기 위해서 사드가 필요하다는 주장 역시 미사일의 탄도비행에 대한 이해가 부족해서 생긴 것이다. 일각에서 주장한 것처럼 북한이 핵탄두의 소형화에는 이르지 못했으므로 대형 탄두를 추진력이 강한 중거리 미사일인 노동미사일에 탑재시키고 이를 가까운 남한을 향해 고각도로 발사할 것이라는 논리는 그 자체로 억지스럽다. 일단 북한이 기술을 발전시켜 핵탄두의 소형화가 이뤄진다면 사드는 무용지물이 될 것이고, 그렇지 않다고 하더라도 북한이 발사 각도를 높여서 미사일을 발사해 사드의 먹이가 되도록 할 리가 없는 것이다. 그냥 미사일을 저각도로 발사하면 사드와 패트리엇을 동시에 무력화할 수 있는데 구태여 그렇게 할 이유가 없지 않은가. 사드 배치 목적을 주한미군 보호에 한정해도 마찬가지다. 중국이 사드를 자신을 겨냥한 것으로 의심하는 이유이다.

  사드가 한국 방어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면 미국은 과연 왜 사드 배치를 추진하는 것인가? 사드 배치 논의에서 기이한 점은 사드가 어떻게 미국 방어에 공헌할 수 있는지에 대해 전혀 논의되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미 국방부와 국무부가 사드 배치를 위해서 적극적으로 움직였는데 사드가 미국 안보에 도움이 되지 않는 것이라면 오히려 이상하지 않은가? 사드가 사용될 수 있는 여러가지 가능성을 평가해보면 사드의 한국 배치가 어떻게 미국 방어에 공헌하는지 알 수 있다. 방법은 두가지다. 첫째, 북이 미국을 겨냥하고 발사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이 북극을 통과하는 경우이다. 이 ‘북극 궤도’는 중국 동북부와 극동 러시아 및 알래스카 상공을 지나 미 본토에 도착하는 것이다. 이 경우 사드용 레이더로 ICBM을 추적하여 미국 미사일 방어 지휘통제관리통신C2BNC에 그 정보를 전달하는 것이다. 미국은 이 정보를 이용하여 알래스카나 캘리포니아에 배치된 지상배치 요격미사일로 요격을 시도할 수 있다. ICBM 발사 직후 이를 한국의 레이더로 포착하고, 일본 샤리키의 레이더로 추적하여 알래스카에서 요격하는 릴레이도 가능해진다.

  한국에 설치된 엑스밴드 레이더가 북한 미사일에 대한 요격을 가능하게 할 정도의 해상도를 제공한다. 일본에 배치된 레이더는 전방 모드로 작동하므로 제공할 수 없는 기능이다. 이는 북한이 미사일이 남극 궤도를 따라갈 경우, 더 속수무책인 미국에 사활적 중요성을 지니게 된다. 미국으로서는 지상배치 요격미사일로 지키고 있는 북극 궤도와는 달리 남극 궤도는 현재 아무런 방어수단도 없는 무방비 상태다. 필리핀이나 괌 인근에서는 ICBM의 고도가 너무 높아 이지스함에서조차도 요격 불가능하므로, 한국과 동중국해 사이가 최후의 마지노선인 셈이다. 그 마지노선에서 한국의 배치된 사드는 그 어떤 다른 무기체계도 할 수 없는 유일무이한 역할을 한다.

  핵심만 요약하자면, 사드는 한국에 배치되더라도 그 핵심 방어대상은 미국 본토라는 말이다. 미국이 사드 배치를 주도하고 있는 것도 이렇게 봐야 이해가 된다. 사드 논란이 한창이던 2015년 3월 마틴 뎀프시 미 합참의장이 방한해 ‘통합 미사일방어체계’를 두차례 언급한 것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해야 한다. 그의 발언은 미국 미사일방어국이 이전 몇해 동안 추진해오던 미사일방어체계의 통합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적어도 2012년부터 미국은 패트리엇, 사드, SM3과 같이 지금까지 개발한 다양한 미사일방어체계들을 통합해 시너지효과를 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사드용 레이더는 여기에 핵심적 역할을 하고, 사드가 한국에 배치된다면 통합 미사일방어체계에 핵심적 역할을 할 것이다. 그 통합 미사일방어체계의 우선적 방어 대상은 북한의 미사일이지만, 그것의 진짜 목적은 중국의 미사일로부터 미국을 방어하는 것이다.

  사드는 완성된 무기가 아니라 개발 중인 무기체계다. 실전과 같은 조건이 아닌 곳에서 실험했기 때문에 정확성을 확신하기 어렵다. 그리고 사드와 같은 ‘Hit-to-Kill’ 방식의 미사일은 요격 시 탄두에 명중되더라도 탄두가 공중폭발하지 않을 가능성이 있고, 적이 기만탄decoys을 섞어서 발사할 경우 그것을 식별해낼 수 있을지 의문이다. 또한 탄도미사일이 종말 단계에서 불규칙한 나선형으로 떨어지는 것도 요격의 정확성을 떨어뜨릴 수 있다고 한다. 특히 북한에서 고각 발사를 할 경우 탄도미사일이 낙하할 때 불규칙한 움직임을 보일 것이라는 점에서 사드가 더욱 한계를 가진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빈번한 지적 사항이다.

  사드가 개발 중이라는 점에서 불완전하고 결함이 있다는 것은 당시 미 당국도 인정했다. 국방부의 마이클 길모어 무기성능시험 평가국장은 2015년 3월 25일 미 상원 군사위원회 전략군 소위원회가 주최한 청문회에서 사드에 보안이 필요하다는 점을 인정했다. 그는 비행 시험과 신뢰성 시험 데이터에 따르면 시스템의 구성요소들이 꾸준한 신뢰성의 향상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이러한 결함과 문제에도 불구하고 사드의 한반도 배치를 서두른 것은 배치를 통해 무기의 성능을 시험하려 한다는 의심이나, 또는 실제 요격보다 레이더 운용을 통해 대중국 감시를 하려 한다는 합리적 의심이 제기되도록 했다.

사드 배치의 전략적 함의

  핵보유국들은 한편으로는 핵무기를 늘리면서도, 핵전쟁을 막기 위해 ‘공포의 균형’balance of terror에 의한 억지 체제deterrence system를 유지해왔다. 핵무기는 그 엄청난 위력으로 말미암아 재래식 무기와 달리 보유량에 차이가 있어도 ‘2차 공격 능력’second strike capability이 확보될 경우 ‘균형에 의한 억지’가 가능해진다. 즉, 한 국가가 먼저 핵무기로 공격을 당했어도 남은 핵무기로 반격할 수 있다면 그 상대국이 함부로 핵무기를 선제적으로 사용하기 어려운 억지 체제가 형성된다. 이를 국제정치에서는 ‘상호확증파괴Mutual Assured Destruction, MAD에 의한 공포의 균형'이라고 부른다. 미국은 핵 군비경쟁 중에서도 이러한 억지 체제를 유지함으로써 핵전쟁을 막고 나름의 국제질서의 안정을 유지해왔다.

  그러나 억지를 통한 공포의 균형은 역설적으로 미국의 군사기술 발전과 전략의 변화로 인하여 그 기반이 뿌리부터 흔들렸다. 특히 미국이 개발하고 확대 중인 미사일방어체제는 억지 체제에 균열을 줄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위협요인으로 부상했다. 사실 미사일 방어 기술은 미국에서는 상당히 오랜 기간에 걸쳐 개발되어왔고 레이건 대통령 시절에는 당시 개봉했던 공상과학영화의 이름인 ‘Star Wars’라는 별명으로 유명세를 치르기도 했다. 최근에는 기술력이 급진전하여 미사일 방어 기술이 실전 배치되고 있는데, 만약에 이것이 완벽하게 작동한다면 적의 2차 공격 능력을 무력화할 수 있다. 선제타격 후 보복공격으로 날아오는 핵미사일을 미사일 방어 기술로 요격하면 되기 때문이다. 이것이 가능해지면 핵전쟁을 승리로 이끌 수 있다는 확신을 지니게 되고, 따라서 핵 선제공격을 할 수 있다는 근거를 갖게 된다.

  공포의 균형은 냉전이 열전으로, 그것도 핵전쟁으로 진행되어 인류가 멸망에 이르지 않게 만드는 최소한의 안전장치였지만, 동시에 미사일 방어 기술에 의해서는 무력화됨을 의미한다. 1973년 미국과 소련이 냉전 중이라도 요격용 미사일 개발에 제한을 두기 위한 탄도요격미사일Anti-Ballistic Misile, ABM 조약에 합의한 이유이다. 그러나 탈냉전 이후 미국의 마음은 변했고, 미사일방어체제의 구축을 통해 핵 우위를 차지하겠다는 것이었다. 이런 맥락을 이해하면 미사일방어체제의 핵심인 사드 체제가 한국에 배치되는 것에 대해 중국과 러시아가 위협을 느끼고 반발하는 이유를 어느정도 납득할 수 있다. 이들은 사드의 한반도 배치가 미국의 대중국 포위전략의 일부이자 지역 내 전략적 균형을 위협하는 행위라고 인식한다. 한국과 미국은 방어용 체계이므로 전략적 균형은 무너지지 않는다고 주장하지만, 중국 입장에서 보면 중국이 핵미사일로 공격을 시도할 때 미국은 발사 단계부터 이를 탐지하고 그 궤도를 추적하여 여러 다증척 지점에서 미사일로 타격을 함으로써 중국의 미국에 대한 핵억지력을 무너뜨린다. 특히 중국에서 미국 본토를 향하는 모든 ICBM은 한반도 상공을 지나 알래스카를 거쳐 날아가는데다, 중국은 지상발사 ICBM이 유일한 대미 억지 수단인 데 반해, 미국은 한국이나 일본뿐만 아니라 해상이나 공중에서도 중국을 겨냥할 수 있다.

  미국이 한국에 사드를 배치하는 것과 한국과 일본이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을 체결한 것은 아시아지역 미사일방어체제와 한・미・일 삼각 군사동맹 구축 계획의 일환이다. 이는 다시 전세계 미사일방어체제 구축으로 이어진다. 따라서 사드 배치는 단순히 북한의 미사일 위협에 대응해 신무기를 도입하는 것이 아니다. 이는 미국의 세계전략을 위한 거대한 자산이고, 이를 도입하는 것은 그런 미국의 네트워크에 참여할 가능성을 크게 높이는 행위가 된다. 더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미국과 일본이 주도하는 지역 미사일방어체제에 하위체계로 편입되어 미국의 통제와 지휘를 받는 대중국 봉쇄망을 구축하는 초기 단계로 볼 수 있다.

  구체적으로 중국이 사드의 한국 배치를 반대하는 이유는 레이더가 랴오닝성이나 안후이성 등에서 발사된 대륙간탄도미사일을 발사 초기 단계부터 추적하면 알래스카나 캘리포니아에서의 요격의 정확성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요격기능과는 별도로 운용이 가능한 엑스밴드 레이더로 중국군의 활동을 밀착 감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중장기적으로는 한국이 미국과 일본 중심으로 형성된 지역 미사일방어체제에 편입되어 중국을 감시하는 첨단기지로 기능할 가능성을 중국은 우려할 것이다. 한국에 사드가 배치될 경우 미국의 아시아지역 MD에 대한 한국의 참여를 막는 진입장벽이 없어지는 것을 의미할 수 있기 때문이다.

  중국의 핵과 미사일 전략은 구소련이나 현재의 러시아와 조금 다르다. 전형적인 공포의 균형이라기보다는 오히려 미국의 대중국 봉쇄전략에 대응하는 ‘반접근・지역 거부 전략’Anti-Access Area Denial, A2AD인데, 사드의 한반도 배치로 이것이 무력화될 수 있다. 중국은 미국과 양적・질적으로 공포의 균형을 이루기 위해 경쟁을 하는 것이 아니라 미국의 선제공격을 막는 최소한의 억지 전략을 채택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중국으로서는 만약에 미국이 사드를 아시아에 집중적으로 배치하고 미사일방어체제가 본격화되면 미국에 굴복하거나 아니면 본격적인 핵무기 경쟁에 나설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는 우리 한국에도 좋지 않은 것이, 마치 1980년대 신냉전 당시 유럽을 중간에 놓고 미・소가 중거리 핵무기 경쟁을 했던 것과 유사하기 때문이다.

   주한미군의 사드 배치와 이에 따른 중국의 대한국 제제가 전개되었을 때, 중국과 미국을 배타적 선택지로 놓고 양국 사이에서 모호한 태도를 견지하지 말고 한쪽을 선택해야 할 시점이라고 목청을 높인 사람들이 있다. 이러한 주장은 안보와 경제를 배타적 선택으로 만들어 어느 하나를 버려야 다른 하나가 산다는 식이어서 선동적이고 무책임하다. 중국 측의 나쁜 정책적 선택에 관한 평가나 비판은 여기서 본격적으로 다룰 문제는 아니지만, 얼마든지 가능하다. 중국도 한국의 사드 배치에 경제보복이라는 나쁜 전략적 선택을 했다고 본다. 그런데 한국은 미국과 중국 사이에 지정학적으로 ‘낀’ 상태이며, 이는 한반도의 분단이 지속된 한 결과라는 점에서 쉽게 극복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게다가 경제는 중국에 의존하고, 안보는 미국에 의존할 수 밖에 없는 기형적 구조를 지니고 있다는 점 역시 고려해야 한다.

  그렇다면 사드가 가진 우리의 군사전략적인 함의는 무엇일까? 사드가 북한의 위협에 대한 방어에 유용한데 그것을 포기하면 북한의 미사일에 무방비로 노출된다는 식으로 주장하는 것은 과장을 넘어 왜곡이고, 이는 한반도의 군사질서, 즉 상호억제로 전쟁을 방지하고 있는 체제를 부정하는 것이다. 남과 북은 억지에 의한 ‘평화 지키기’peace keeping를 기본으로 지난 70년간 전쟁도 평화도 아닌 휴전과 정전의 상태를 유지해온 것이다. 우리가 북한의 군사력을 위협으로 느끼는 것처럼 북한도 우리의 군사력을 위협으로 느낌으로써 전쟁을 일으키지 못하는 메커니즘이다. 위협의 균형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사실 한국은 북한보다 40~50배의 국력과 압도적인 군사력을 보유했을 뿐 아니라, 세계 1위의 군사력을 가진 미국을 동맹으로 가지고 있으므로, 북한의 군사력을 이같은 한・미의 군사력과 비교조차 할 수 없이 열세다.

  위협이 균형을 이뤄 상호억제가 이뤄지고 있는 현실에서 군사적인 해결책은 없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 한국과 미국이 압도적으로 우월한 군사력을 가진 상태라고 전쟁을 하자는 것이 아니라면 군사력으로 상대를 제압할 수는 없다. 북한의 위협을 제거하려고 할수록 북한은 어떤 수를 써서라도 그 위협에 맞설 것이기 때문이다. 북한이 핵을 개발한 이유 중 가장 중요한 이유일 것이다. 따라서 외교나 협상을 통한 ‘평화 만들기’peace making나 평화의 제도화를 통한 ‘평화 세우기’peace building 같은 이른바 적극적인 평화가 가능해지기 전까지는 위협의 균형을 안정적으로 관리해서 전쟁을 억지하는 소극적 평화체제를 유지해야 한다. 그리고 위협의 균형을 극복하는 것은 정전체제가 종식되어야 가능하다. 하지만 사드 배치는 이런 ‘평화 지키기’라는 상호억제 시스템을 흔드는 것이다. 그러므로 사드 배치를 통해서가 아니라 신뢰구축 조치confidence building measures를 통해 군비통제나 군비감축을 이루어가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

  사드가 대한민국의 국민을 보호하는 유용한 무기라면 미국정부가 왜 이를 공개적으로 추천하고 한국민에게 적극적으로 홍보하기 않는 것인지도 생각해볼 대목이다. 한국민의 안전을 위해 그런 첨단무기를 제공한다면 적극적인 홍보를 통해 돈을 받고 팔아야 정상일 것이다. 그런데 한국과 미국정부는 공통으로 사드 추진 과정에서는 물론이고, 논란이 불거진 이후에도 배치 여부에 대해 대부분 모호하거나 오락가락하는 태도를 보였다. 정말 한국민의 안전을 위한 배치라면 그렇게 할 필요가 없었을 것이다. 배치가 결정된 이후에는 180도 달라져서 박근혜 정부가 한미동맹의 강화를 위해, 그리고 대중국 군사주권의 프레임까지 동원하면서 옹호했다. 사드 배치는 북핵 위협이나 한미동맹의 안보 수요를 넘어서는 목적이 있으며, 그것은 중국과 러시아가 반발하는 지점과 닿아 있다. 그래서 사드 배치는 한반도를 둘러싸고 군비경쟁이 일어나도록 하여 긴장을 고조시킴으로써 한국민의 안전을 오히려 위협할 수 있다.

사드 배치와 한・미관계의 함정

  사드라는 무기와 그 배치에 대해서 다소 상세한 설명을 하는 이유는 이 문제가 앞으로도 반복될 수 있기 때문이다. 미・중 갈등이 깊어지고, 중국의 부상이 미국에 위협이 될수록 한미동맹은 미국의 핵심적인 전략자산으로서의 가치가 높아진다. 그렇다면 미국은 한미동맹을 대중전략의 전진기지로 삼고 싶은 유혹을 받을 수 밖에 없다. 한국이 동맹에 대한 연루의 함정에 빠질 가능성이 갈수록 더 커진다는 말이다. 미국이 한국에 안보 우산을 제공한 것처럼 한국도 미국이 필요한 것을 해결하도록 돕는 상호성은 중요하다. 그런 신뢰가 없이는 동맹이 유지될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미국에서 실제보다 훨씬 과장된 중국위협론이 작동하는 경우나, 예방적 조치로서 중국에 대해 견제 또는 경고하기 위해 한미동맹을 끌어들이는 경우 한국으로서는 용인하기 어렵다.

  우리는 사드 논란으로부터 한미동맹의 범위와 한계는 무엇인지 다시 깊이 성찰해봐야 한다. 과연 한미동맹이 미국의 대중국・대러시아 견제를 위한 미사일방어체제, 더 나아가 한・미・일 삼각동맹을 수용할 것인가 여부에 대한 질문이 내포되어 있기 때문이다. 미국은 사드 배치를 한미동맹과 미일동맹의 연결고리로 인식하고 있었다. 일본 역시 한국의 사드 배치 결정을 한・미・일 동맹의 강화로 인식했다. 이미 오바마 정부는 일본에 집단자위권을 부여하고 한・미와 미・일 군사정보협정도 연결했다. 그렇기 때문에 사드는 한미동맹의 정체성을 변화시킬 수 있는 사안이다. 원래의 대북 억지 동맹에서 주변국 - 특히 중국과 러시아 - 을 견제하는 지역 동맹으로 바뀌는 시발점일 수 있다. 사드 배치가 대북 억지용일 뿐, 대중 견제용이 아니라고 강변하는 것은 미국의 아시아 재균형 정책이 중국을 견제하는 것이 아니라고 하는 것과 똑같다.

  2016년 미국이 실제 배치가 이루어진 것도 당시 겨우 세곳 정도이고 더욱이 실전 환경에서의 성능시험도 없었던 사드라는 무기를 한반도에 배치하는 문제는 군사부터 외교 및 안보, 그리고 이념과 주권 문제로까지 비화했다. 한・미관계의 고질적인 문제 중 하나는 북핵, 미국의 대북정책, 한미동맹 조정 같은 한국의 미래를 결정할 수 있는 핵심적인 사안이 합리적으로 충분히 논의되지 못하고 이슈로 부상하자마자 곧바로 이념 갈등의 불쏘시개로 사용된다는 것이다. 사드 배치 이슈도 그런 패턴을 벗어나지 못했다. 문제는 구조적 요소와 현상적 중첩적으로 섞여 있는데, 변수들의 유기적 관련성을 무시하고 필요와 편의대로 이들을 해석함으로써 상황이 예측 불가능한 방향으로 흘렀다는 점이다. 국제적으로는 한반도가 미국과 중국이 서로의 의중을 탐색하기 위해 건드려보는 실험실이 되어가고 있으며, 미・중 양국의 국내 정치적 기반을 강화하기 위한 도구로 사용되고 있다.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결과와 상관없이 실험실을 제공하고 있는 우리의 국익과 우리 국민의 미래만 어려워지고 있다.

  미사일방어체제에 한국을 참여시킬 것인가는 한・미 양국 사이에서 오래된 주제였다. 김대중 정부 당시 미국 측의 제의가 있었으며, 한국은 이를 거부했다. 당시에는 사드같이 구체적인 무기체계를 배치하는 것이 아니라 미사일방어체제에 대한 포괄적 참여 여부에 관한 것이었다. 노무현 정부 시절에는 이라크 파병이나 전략적 유연성, 전시작전통제권 환수 등 한미동맹의 예민하고 중요한 이슈들로 인해 미사일방어체제는 거론되지 않았다. 그러나 북한과 중국의 군비증강에 대비해 노후화된 나이키미사일을 대체하는 패트리엇미사일의 도입 문제에 집중했으며, 이를 계기로 요격에 의한 미사일 방어 논의를 부분적으로 진행했다. 이후 이명박 정부 시절에도 한미동맹의 강화에 집중했지만, 미사일방어체제에 대한 논의는 거의 없었다. 그러다가 2009년 5월 북한의 2차 핵실험과 장거리 미사일 시험발사, 그리고 2011년 천안함과 연평도 포격 사건으로 선제적이고 능동적으로 원점을 타격한다는 킬체인 개념에 의한 한국형미사일방어체제KAMD가 구체화되었다. 이 때문에 전시작전권 환수도 연기되고, 한・미・일 군사정보보호협정이 논의됐으나 중단되었다. 결론적으로 김대중, 노무현, 이명박 정부 모두 미사일방어체제 참여는 거부한 셈이다.

  그러나 박근혜 정부가 등장한 후에는 북한 핵미사일 발사를 상정한 대응책에 관한 논의, 특히 한・미・일 3국의 군사협력에 관한 논의가 많아졌다. 사드 배치 가능성에 관한 미국 측 고위 인사들의 언급들도 이어졌다. 커티스 스캐퍼로티 전 주한미군 사령관 2013년 7월 미국 의회 청문회에서 한국에서의 3단계 미사일방어체제 계획을 밝혔다. 1단계는 주한미군은 패트리엇 PAC-3을, 한국군은 PAC-2를 배치한 것으로 완료했다고 언급했다. 2단계는 한・미・일 미사일방어체계의 통하벵 노력하면서 패트리엇미사일을 업그레이드하는 것으로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실제 박근혜 정부는 전시작전권 환수 연기 직후에 PAC-3 구매를 결정했다. 3단계는 준중거리 및 중거리 탄도미사일 대응을 위해 사드 또는 이지스 같은 상층방어 체계와 엑스밴드AN/TPY-2 레이더를 배치하는 것이다. 오바마 정부의 국방장관이자 가장 영향력 있는 군사전문가 중 한명인 애슈턴 카터가 2016년 6월 20일 신미국안보센터Center for New American Security, CNAS 연설에서 미국의 미래전략의 핵심에 대해 밝혔다. 그것은 미국이 글로벌리더십을 유지하기 위한 ‘네트워크 중심의 대전략’Grand Strategy of Network인데, 이를 아시아 재균형 전략을 통해 구현하는 것이고, 이 전략의 핵심이 미사일방어체제이며, 사드가 미사일방어체제의 핵심이라고 규정했다.

  2014년 3월에는 한・미・일 정상회담 합의문에 “외교와 군사협력 등 양부분에 한・미・일 미사일방어체제 구축이 포함된다.”라고 선언하였다. 그리고 곧바로 4월 한미정상회담에서 오바마 대통령은 “양국 간 공동 비전에 따라 방어 역량과 기술, 미사일 방어 등에 투자하고 있으며 이는 양국 군대의 공동 운용을 가능하게 한다”고 발언했다. 즉 ‘한・미 미사일방어체계의 상호운용성 개선’에 합의했다. 그리고 5월에 통과된 미국의 국방수권법은 “국방장관은 한국과 미사일 협력 강화 방안에 대해 평가하고, 6개월 이내에 하원 군사위에 보고하라”라고 법적 명령을 내렸다. 5월 27일 「월스트리트저널」은 미국의 사드의 한국 배치 가능성을 최초로 보도했다. 6월 3일에는 다시 스캐퍼로티가 개인적으로 사드 전개를 요청했다고 공개하였다. 그리고 같은 해 12월에 2012년 추진했다가 포기한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 체결을 다시금 추진하려 했다.

  한국정부가 미국의 움직임을 이어받았다. 2016년 1월 22일, 국방부는 그해 안에 한・미・일 군사 당국 간에 북한의 핵과 탄도미사일 정보를 실시간 공유하는 채널을 만들겠다고 밝혔고, 한・미・일이 합동으로 미사일 추적을 위한 훈련을 진행했으며, 7월에 미국의 한국 내 사드 배치를 수용했다. 한국의 사드 배치 결정 이후 일본은 일본과 미 본토의 방위에도 이익이 될 것이라고 반응했다. 사드 배치는 미국의 미사일방어체제와 연결될 수 밖에 없다. 한・미 양국 정상부터 군 수뇌부까지 꾸준히 공감대를 넓혀온 상호운용성은 공식적인 MD 참여를 말한 것은 아닐 수 있다지만, 실질적 참여를 뜻한다고 볼 수 있다. 미국의 MD와는 다른 차원에서 독립적으로 운용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고 해도 우리 기술로는 불가능하다. 미국의 조기경보 지원이나, 관련 무기 구매, 그리고 지휘체계의 도움 없이는 안 된다는 점에서 미국 체제에 편입될 수 밖에 없다. 앞으로 국산화율을 높이겠다고 했지만, 첨단정보력과 첨단무기체계 운영은 미국이 담당한 채 한국은 완제품 무기만 구입해온 지금까지의 패턴 자체가 바뀌지 않은 한 그것의 현실성은 적다.

  문제는 미국정부나 한국정부가 공식적인 협의가 없다고 말하면서도 사드 배치는 하루빨리 결정해야 할 긴급 사안인 것처럼 접근했다는 것이다. 어떤 의미에서는 국내의 논란의 광풍이 미국이나 중국 측의 논란을 촉발하는 형국이었다. 한・미・중 외교 문제와 남북관계의 문제로 발전한 것은 물론이고, 국내에서는 이념분열 양상으로까지 확산했다. 이런 식의 논쟁은 늘 한・미・중의 강경파들의 공격적 행보를 정당화하고, 한국정부의 운신의 폭을 제한한다.

  더 큰 문제는 왜곡된 감정적 민족주의에서 발견된다. 중국이 사드 배치를 반대하는 것에 대해 우리의 안보주권에 대해 제3국은 개입하지 말라는 국방부 대변인의 결의에 찬(?) 반발은 이를 대변하는데, 여러모로 현명하지 못하다. 물론 중국의 행동 역시 과도한 측면이 있다. 그러나 중국의 우려를 단순히 근거없는 외교공세로 치부하기는 어렵다. 중국 입장에서는 한국이 돈은 중국에서 벌어다가 미국에서 무기를 사들여 중국을 겨눈다고 생각할 여지가 충분하다. 중국과의 관계에서 사용되는 흑백논리도 문제다. 사드가 우리를 완벽히 지켜줄 무기이거나, 존망의 갈림길에서 배치냐 아니냐 둘 중 하나를 선택하지 않을 수 없다면 모르지만, 그렇지 않음에도 스스로 전략적 동반자로 거론했을 정도의 관계를 해치면서까지 사드를 배치해야 하느냐는 것이다. 중국은 미군의 한국 주둔을 포함해서 북한에 대한 억지를 위한 합리적 선에서의 한미동맹의 강화는 지금까지 인정해왔으며, 최근 KAMD에 대해서도 수용적이다. 더 걱정스러운 것은 우리가 마지막까지 중국에 사드 도입 계획이 없다는 식으로 흘리다가, 갑자기 주권 문제를 거론한 것이다. 중국으로서는 분명 당황할 수 있다. 또한 중국에는 주권을 내세우면서 미국에는 적용하지 않은 것도 문제다.

  사드 배치 찬성론자들의 또다른 문제는 중차대한 외교・안보 문제를 국내 정치에 이용했다는 점이다. 안보 포퓰리즘과 종북몰이는 권력 기반을 강화하기 위해 이명박 정부와 박근혜 정부가 애용해온 전략인 것을 누구나 알고 있는데, 사드 논쟁 역시 그 범주를 벗어나지 못한다. 묘하게도 여당의 주도로 사드를 공론화시킨 것은 리퍼트 주한 대사 피습에 대한 보상적 의미로 언급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개별 폭력 행동에 정치적 의미를 부여함으로써 매카시즘의 도구로 사용했고, 이에 탄력을 받아 안보 문제를 최대한 활용하려는 의도마저 엿보였다. 정치력도 외교력도 이미 바닥을 보인 박근혜 정부로서는 손만 뻗치면 닿을 곳에 있는 가장 강력한 무기를 쉽게 포기하기 어렵겠다는 것은 알겠지만, 국가의 미래에 치명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 것은 정말 우려스럽다.

  가장 근본적인 문제는 사드 배치에 담긴 군사안보 지상주의 또는 안보 포퓰리즘인데, 이는 우리의 안보에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는 한반도에서 남북관계 개선을 통한 비핵화 및 평화체제의 건설보다는 군비경쟁과 냉전적 진영대결이 이루어지는 결정적 계기를 제공한다. 북한 핵과 미사일 위협에 대한 해법은 사드가 아니라 비핵화와 남북관계 개선이지만, 한・미 양국의 무대에서 이는 거의 사라져버렸다. 백번 양보해서 사드가 한미동맹의 방어력을 강화한다고 하더라도, 북한이 가만있을 리가 없다. 북한의 핵과 미사일 기술도 더 정교해질 수 밖에 없다. 역사상 모든 군비경쟁이 그랬다. 사드 도입은 동북아 군비경쟁, 냉전 부활의 도화선이 될 잠재력을 충분히 가지고 있다.

  한국에서 사드 배치에 대한 논란이 확산할 당시 나왔던 워싱턴 조야의 반응은 매우 흥미로웠다. 한・미관계의 신화가 그대로 반영되었다. 2017년 5월 13일 미국 상원에서 국방예산을 담당하는 민주당 상원 원내총무인 딕 더빈 의원은 문재인 대통령에게 한국이 사드 배치를 원하지 않으면 미국정부는 이 돈을 다른 곳에 쓸 수 있다고 언급했다. 미국이 한국을 돕기 위해 그것도 미국이 비용을 대면서까지 한국에 사드를 배치하겠다는데 이를 반대하는 한국정부를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불만이 섞인 반응이었다.

  이를 뒤집어보면, 한국이 배은망덕하게(?) 난색을 보이는데도 미국이 말로는 배치하지 않고 그 비용을 다른 데 쓰겠다고 했지만, 기어코 배치를 고집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이 미국의 이익에 도움이 되고, 전략에 필요하기 때문이다. 단순하게 보면 더빈 의원이 표현했듯이 자신이 한국에 산다면 북한이 한국에 퍼부을 수백발의 미사일로부터 국민의 생명을 지키기 위해 되도록 많은 미사일방어시스템을 원할 것 같은데, 한국인들의 정서를 도저치 이해할 수 없다는 것이다. 늘 뒤따라오는 것이 한국인들의 생각이 그렇다면 3만명에 달하는 주한미군 역시 한국에 주둔할 필요가 없다는 주장이다. 더빈 의원은 상대적으로 진보적인 민주당 소속이다. 물로 여당 공화당 의원들은 트럼프의 한국의 주장대로 한국의 비용 분담을 요구했다.

  한국의 보수세력들도 이런 미국의 주장을 그대로 반복했다. 더 심각한 것은 사드 무기체계의 효과에 대한 정확하고 객관적인 분석이나 한반도를 둘러싼 미・중 간의 전략적 경쟁에 대한 열린 토론조차 이루어지지 못한다는 것이다. 여기서 한번 더 문제가 꼬인다. 당시 사드 배치가 한국의 안보를 위한 것이라는 논리와 한국에 주둔한 미군들의 안위를 위한 것이라는 논리 간의 논쟁이 있었다. 물론 한국 정부는 양자 모두라고 말했지만, 의미는 달랐다. 미국에서는 처음에는 한국민이 자신들을 돕기를 원하는 미국의 제의를 거절하는 것에 대해 이해하지 못하겠다고 하다가, 시간이 갈수록 미군의 안전을 위한 무기를 한국 정부가 방해한다는 것으로 프레임이 만들어졌다. 이 주장 역시 결론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주한미군 철수를 위한 구실을 제공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더 기막힌 논리도 나왔다. 미국이 자신들을 보호하기 위해 원하는 무기체계를 한국에 배치할 수 없게 될 경우, 주한미군이 중국으로부터의 미사일의 인질로 잡힐 텐데, 이처럼 한반도에 주둔해야 하는 전략적 가치가 소멸하고 부담만 안게 된 주한미군은 철수시킬 수밖에 없다는 주장이었다. 그러니 그것이 미사일 방어체제든 대중 봉쇄를 위한 무기체계든 미국에 이익이 된다면 한국은 무조건 수용해야 한다는 논리다.

  사드의 한반도 배치 문제는 미래의 통일 한국이 가지는 군사안보의 정체성과도 연결되어 있다. 미국은 한국이 친중 성향으로 흐르는 것에 우려를 지니고, 더 나아가 한국이 통일을 달성하고 난 뒤에 남북을 가르는 군사분계선에 의한 지금의 ‘작은 분단'이 대한해협을 중심으로 하는 ‘큰 분단’으로 변하는 상황을 최악으로 보고 있다. 결국 사드 배치 여부는 남북통일 이후에도 주한미군이 계속 주둔하고, 동맹을 바탕으로 한・미의 군사안보 관계가 유지될 수 있는가를 시험하는 것일 수 있었다. 사드는 시작에 불과하다. 중거리 핵미사일 배치나 인도・태평양전략, 남중국해를 둘러싼 미・중의 갈등을 포함해 미국은 끊임없이 한국의 선택을 요구할 것이다.

  중국 관점에서는 사드의 한반도 배치가 한국이 한・중관계를 희생해서라도 미국을 선택한다는 것이고, 더 나아가 한・미・일의 대중 봉쇄를 위한 포위망에 참여한 것이라고 볼 여지가 있다. 단순히 새로운 무기체계를 배치한 것이라든가, 북한의 위협에 대한 대응이라는 한국 측의 해명은 믿지 않았고, 중국 언론들은 사드 배치를 두만강과 압록강을 제2의 38선으로 만드는 것으로, 이는 중국과의 큰 분단의 계기가 되는 것이라고 인식했다. 따라서 한국이 사드를 배치하면서 통일에 대한 중국의 지지를 기대할 수는 없다고 비판했다. 이렇게 사드 배치는 한국이 미・중 갈등으로 급변하는 동북아 질서 속에서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에 대한 비전의 문제와 연결되어 있다. 이렇게 사드 배치 결정은 북한의 탄도미사일 위협에 대한 방어체제로서의 효용성이 증명되지 않았거나, 또는 무용할 가능성이 큰데, 중국과의 관계를 손상하고 경제보복까지 감수하는 ‘이중 위험’에 빠진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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