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장 - 정치적 정도

블라디미르 레닌

  ‘정치적 정도'라는 용어의 역사는 20세기 초 러시아로 거슬러 올라간다. 1917년 사회주의 혁명으로 제정 러시아를 무너뜨린 블라디미르 레닌은 다른 혁명동지들을 제치고 소련 당권을 장악해야 했다. 레닌은 혁명운동이 정도를 벗어나지 않도록 하려면 혁명이론이 있어야 한다고 보았고, 객관적 지식과 진실은 부르주아 계급이 노동자 계급을 착취하기 위해 만들어낸 편견이므로, 이를 거부하고 노동자 계급의 이익에 충실해야 한다는 논리를 정당 정신으로 규정했다. 레닌은 권력을 유지하고 목표의식에서 벗어나지 않으려면 ‘정당 정신'을 두고 당내에서 갑론을박과 내분이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생각했고, 따라서 당 노선인 정당 정신에서 한 치도 벗어나지 않는 이념적 순도와 정통성을 뜻하는 정치적 정도Political Correctness, PC를 내세웠다.

  정치적 정도에서 벗어난다 함은 반역적 언행에만 국한된 게 아니었다. 특정한 인종, 민족, 지주 자영농, 귀족 등 타고난 특징이나 출신 성분만으로도 반역자로 간주되었다. 1920~30년대 소련공산당 정권은 이런 이들을 “개개인은 아무 죄가 없어도 모든 죄의 원흉인 적대계층에 속한 사람들"로 간주해 감금, 고문, 학살했다. (...) 특정한 제도나 집단 전체에 낙인을 찍으면 대대적인 변화를 실행하기가 훨씬 쉬워진다.

  PC는 교육, 정신의학, 윤리, 인간의 행동까지 정치적으로 통제해 삶의 모든 국념이 이념적 정설에 부합하게 만든다는 점에서 전체주의의 특징을 보인다. 소련 공산주의 체제는 정치적 정도를 벗어나는 인물은 정신질환의 징후를 보인다고 여겼고, 감금만이 유일한 치료 방법이라고 보았다. 마오쩌둥도 “정치성향이 올바르지 않으면 영혼이 없는 셈이다Not to have a correct political orientation is like not having a soul.”라고 했다. 

  PC의 폭력성을 다룬 문학 작품으로는 1949년에 출간된 조지 오웰의 ‘1984’가 있다. 내가 지난 창의활동에서 공부한 고전이기도 하다. 오웰은 영국사회가 스탈린 통치 하에 놓이게 되는 상황을 가상하고 이 작품을 썼다. PC는 이 작품에 나오는 새 말Newspeak과 다르지 않다. 1984에 등장하는 전체주의 국가 오세아니아는 국가이념인 잉속(Ingsoc, English Socialism)에 부합하는 새 말을 공식 언어로 채택하고, 2050년 무렵까지 헌 말Oldspeak을 새 말로 완전히 대체하기로 한다. 새 말은 잉속의 세계관과 사상 외에 다른 모든 사상의 표현은 불가능하다. 따라서 새 말이 헌 말을 완전히 대체하게 되면 잉속의 원칙에 어긋나는 생각은 말 그대로 생각조차 불가능해진다. 생각을 표현하려면 말에 의존해야 하기 때문이다. 새 말은 오세아니아의 독재자 빅 브라더Big Brother와 당The Party 체제를 위협하는 사상을 완전히 제거하기 위해 만들어진, 철저히 통제된 언어이다.


  “서구진영에서 마르크스-레닌주의로 사상이 오염된 좌익은 서구사회에서 동요를 일으키는 단계까지만 쓸모가 있을 뿐, 목적이 달성되고 나면 전부 벽 보고 서서 총살당할 인간들이다. 미국의 학계 교수들, 인권운동가들, 페미니스트들은 체제전복 과정에서 사회에 동요를 일으키는 데만 쓸모가 있고, 그 이후에는 필요 없다. 그 이유는 이들이 공산주의의 실상에 대해 너무 많이 알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은 공산주의 혁명이 일어나면 자기들이 권력을 잡으리라고 생각하지만, 절대 그런 일은 없다. 권력은 그들보다 더 철저한 공산주의자들의 몫이며, 서방세계에서 공산주의에 동조하는 자들은 혁명 후에는 모두 총살감이다. 미래에 이들이 평등과 사회 정의를 내세운 이상적인 사회가 현실에서 어떤 모습인지를 목격했을 때 엄청난 심리적 충격을 받고 절망하게 되면 소련의 적으로 돌아서기 때문이다.

  KGB의 주업무는 첩보 활동이 아닌 이념적 전복, 적극적인 조치, 또는 심리전이라는 점진적인 과정을 실행하는 것이다. 적국의 국민이 지닌 현실에 대한 인식을 바꾸어서 아무리 합당한 정보를 제공해도 자기 자신, 가족, 공동체, 국가의 이익 수호에 부합하는 분별 있는 판단을 못하도록 만드는 게 목적이다. 이러한 대대적인 세뇌공작 과정은 매우 시간이 오래 걸리는데, 크게 네 단계로 나뉜다.

  첫 번째 단계는 인식혼란demoralization으로 15~20년이 걸린다. 한 세대를 교육을 통해 세뇌하는 데 걸리는 기간이다. 3세대에 걸쳐 미국 애국주의의 기본적 가치에 노출시키지 않고, 말랑한 학생들 뇌에 마르크스-레닌주의를 집중적으로 주입해 세뇌시켜야 한다. 60년 대에 대학을 다닌 어설픈 지식인들이 현재 미국의 정부, 기업, 언론 매체, 교육계를 완전히 장악했는데, 이들을 없앨 방법은 없다. 이들의 사상은 이미 오염되어 있고, 특정한 자극에 특정한 유형으로 반응하도록 프로그램화되어 있다. 인식혼란 단계를 거친 이들에게는 이들에게는 아무리 명명백백한 진실인 진짜 정보를 들이대도 인식과 생각이 바뀌지 않는다. 사회에서 이들을 제거하려면 자국의 이익을 수호하는 애국적인 이념과 상식을 바탕으로 새로운 세대를 교육시키는 방법 뿐이다.

  인식혼란 단계는 미국에서 지난 25년 동안 대체로 완성되었다고 본다. 소련이 세운 목표치를 훌쩍 능가하는 엄청난 성공을 거두었다. 소련인이 아니라 미국인이 자국인을 세뇌시키는 데 성공했다. 세뇌된 이들은 진짜 정보에 노출되어도 소용없다. 진짜 정보를 소화할 능력이 없고 사실은 무의미하다. 원본 문서와 사진을 들이대도 소용없다. 억지로 소련 집단수용소에 끌고 가서 실상을 두 눈으로 똑똑히 보게 해줘도 믿지 않는다. 따라서 미국은 이미 정신적으로 오염된 세대의 볼모로 잡혀있다. 지금 당장 신세대를 새로 교육시키기 시작한다고 해도 현실에 대한 인식을 제대로 하게 만들려면 앞으로 15~20년이 걸린다.”

"나에게 한 세대의 젊은이들을 맡겨 달라. 그러면 전 세계를 변화시킬 것이다."

- 블라디미르 I. 레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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